환율이 오르면 왜 물가가 오를까? 환율과 물가

환율이 오르면 대개 물가도 오릅니다.

원화 환율이 달러당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전에는 1달러짜리 수입품을 살 때 900원을 내줬지만 이제 1000월을 줘야 합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는 만큼 원 시세는 낮아집니다. 곧 ‘원 저’가 되는데, 그럼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원 시세가 낮아지면 수입업자가 달러 표시 상품(달러로 가격을 표시한 상품)을 수입하고 대금을 치를 때 전보다 더 많은 원화가 듭니다. 원유, 설탕, 밀가루 같은 원자재를 들여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원 저’가 되면 달러 표시 원자재 대금 지불에 전보다 많은 원화를 치러야 하므로 그만큼 생산비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수입업자와 제조업자가 원화 시세가 낮아져도 수익 수준을 유지하려면?

단기 대책으로는 원 시세 하락으로 늘어난 생산 비용이나 판매 비용을 제품이나 상품 판매가에 떠넘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제품 값이 오르게 됩니다. 원화 시세가 내리면 이런 식으로 제품 값이 하나둘 오르고, 다른 상품 값도 꼬리를 물고 오릅니다. 나중에는 시장 전반체 걸쳐 판매가격 오름세가 화산이 되면서 물가가 뛰게 됩니다.

‘원 저’때문에 수입품 판매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는 효과는 완제품과 원자재를 가리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완제품 수출용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에 크게 의지하는 경우에는 수입가격 상승이 곧바로 물가 상승을 부르게 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서민 생활이 뒷걸음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에서는 경력자를 중심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지고, 임금을 올려줘야 제대로 일할 경력자를 구할 수 있게 되므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 결과 생산비가 오르고, 기업이 생산비 상승분을 제품 판매가 인상으로 전가하면서 물가 오름세를 더 자극합니다. 물가가 뛰면 사람들 경제생활에서 여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원 저’가 수입물가를 올린다면, 수입을 줄이면 괜찮을까?

사치품이야 소비를 줄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원유 같은 기초 원자재는 비싸졌다고 수입을 중단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데다 생산과 소비에 매우 광범위하게 쓰기 때문입니다.

원유는 산유국에서 들여다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 나프타, 등유, 중유, 아스팔트, 윤활유, LPG 같은 상품으로 만들어야 산업과 생활에 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일로 돈 버는 기업은 정유회사인데, 연간 원유 수입 대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치릅니다. 대금 결제를 위해 하루에도 수천만 달러가 필요하고, 환율이 달러당 1원만 올라도 수천만 원씩 대금 지출이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원 저’때는 저유값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정유 값이 오르면 휘발유를 비롯해서 각종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뜁니다. 석유제품은 산업과 생활 전반에 걸쳐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므로 물가를 밀어 올리기 십상입니다.

‘원 저’때는 수출이 유리해지므로 수출이 수입을 늘리면서 수입품 판매가가 올라 물가 상승세를 가중시키기도 합니다. ‘원 저’로 수출이 유리해지면 수출기업은 이윤 증대를 위해 생산늘리기에 나서게 마련입니다. 그럴수록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 소재 등 중간재가 더 드는데, 원자재와 중간재 중 수입해야 하는 물량이 많다면 수입물가가 더 뛸 수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은 수출을 늘려 돈을 더 벌 수 있습니다. 반면 수출과 별 관련 없는 기업, 국내시장만 주로 상대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체는 상대적으로 국내 물가 상승에 따른 산업 손실이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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