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상품은 보통 만기가 길수록 유동성 프리미엄이 높고, 유동성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금리가 높습니다. 다만 만기와 유동성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금리가 오르는 이치는 금융시장 전반에서 금리 수준이 일정하거나 상승세일 때, 장차 시중금리 수준이 지금과 같거나 오르리라는 예상이 시장에서 우세할 때, 경기가 좋을 때나 적용이 됩니다.
경기가 좋을 때?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들이 1년 이상 장기로 쓸 수 있는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장기채(장기채권) 발행을 늘립니다. 시장에 자금 공급이 일정한 상황에서 채권 공급 수요가 많아지면, 채권 공급자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많이 줘야 채권을 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장기채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 금리가 오르게 됩니다. 장기채와 단기채 간 금리 차이를 만기스프레드라고 합니다.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장기채와 단기채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만기 스프레드 값이 커집니다.
경기가 나쁠 때?
경기가 나빠지면 반대 현상이 생깁니다. 장기채를 발행해 투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중에 장기채 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시장에 채권 공급이 줄어들면 채권 공급자가 전보다 금리를 낮춰도 채권을 팔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시중에 장기채 공급이 줄어들면 채권 금리가 내리게 됩니다. 장기채 금리가 내리면 장기채와 단기채 간 금리 차가 줄면서 만기 스프레드 값이 작아지게 됩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
경기가 더 나빠지면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장기로 굴리는 자금이 단기자금보다 금리가 낮아져서, 장기자금 공급자일수록 금리 면에서 불리해지는 현상입니다.
장단기 금리 수준이 역전되면 만기 스프레드 값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그쯤 되면 경기가 많이 나쁜 상태라는 뜻입니다. 예금에서든 채권에서든 시중금리 하락세가 예상되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은 주로 시중 자금 수요가 낮고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을 때 나타납니다. 그래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미래 경기가 좋지 않으리라고 예측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1960년 이후 2000년대 초까지 한 달 이상 이어진 금리 역전 현상이 열 번 나타났습니다. 그중 일곱 차례는 금리 역전 후 약 1년 안에 실제로 경기가 침체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지나서는 세 번(1989년, 2000년 초, 2006년)에 걸쳐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고, 그때마다 대략 1년 뒤에는 경기가 침체했습니다.
1989년(1 ~ 9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후에는 1990년 8월 경기 침체가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 과도한 빚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부실 대출을 쌓은 주요 금융기관(저축대부조합)이 파산하면서 경기 침체를 이끌었습니다.
2000년대 초 금리 역전이 나타난 뒤에는 2001년 초에 경기 침체가 개시됐습니다. 1990년대 IT(정보 기술) 혁신으로 경기가 호황을 맞아 증권과 부동산 투자가 과잉되자 기준금리 인상이 잇따랐고, IT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가라앉았습니다.
2006년 금리 역전 때도 부동산과 증권시장에 과잉 형성된 투자 거품이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꺼지면서 2008년 1월 경기 침체가 시작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