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 파산보호법 15조 신청
중국 헝다그룹은 17일(현지시간)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파산보호법15조는 지급불능에 빠진 회사가 채권자에게 자산이 압류된 가능성이 있을 때 해당 국가 법원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입니다.
헝다그룹 웹사이트에 따르면, 헝다의 부동산 사업부는 중국 280개 이상의 도시에서 13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그 밖에 전기차 제조 및 축구 클럽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채 규모는 총 3000억 달러(약 401조6100억원) 이상으로 추정이 되고,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달 헝다 측은 2021~2022년 누적 손실액이 5819억 위안(약 106조5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헝다 주식은 지난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입니다.
지난주에는 중국의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올해 1~6월 손실액이 최대 76억 달러(약 10조16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는 현재 많은 주택이 선분양된 상태지만, 건설이 중단되면 수분양자의 모기지 상환이 멈춰 개발업체의 재정난이 악화가 됩니다.
헝다 사태 vs 리먼사태
헝다와 리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헝다 사태가 모두가 예견한 사고였다는 점입니다. 중국 정부가 ‘3대 레드라인’ 기준을 도입했을 때도 헝다가 이를 심각하게 위반을 하였고,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현 사태를 오래전부터 예상했다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정부 3대 레드라인이란 부동산 개발업자의 신규 차입 규모를 제한하는 정책입니다. 이 정책은 2020년부터 시행되었으며,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 선수금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
- 순부채비율 (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뺀 값) 100% 미만
- 현금흐름 대 부채비율 1배 이상
이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부채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이를 준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헝다 또한 이를 준수하지 못한 업체 중 하나입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헝다 사태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정부입니다. 미국 정부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사태에 개입할 권한을 갖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했지만,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이 언제든지 개입이 가능합니다.
중국은 국영은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고 있으며 어떤 개발업체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미국 정부로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동시에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보다 훨씬 더 선택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은행들을 긴급 구제해준 미국과는 달리 중국 공산당은 더 개별적인 접근법을 택합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무엇을 살려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종양 수술에 착수한 의사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정부 부동산 위기 대응
시장에서는 해결책 중 하나로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 거론됩니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입지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GDP의 30%가 부동산에서 나올 정도이니,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정부 부채를 늘렸다간 국가 신용도가 강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레이팅스는 지난 12월 중국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정부 부채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부동산 연쇄 파장 위기론
중국 부동산 시장은 헝다의 상환 실패로 큰 충격을 받았으나 이후 헝다가 지속적으로 구제책을 내놓으며 위기가 크게 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완다와 비구이위안, 위안양 등 다른 대규모 부동산 업체들이 잇따라 채권 상환에 실패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들이 중국 주택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습니다.
고객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신탁 역시 이달 들어 만기 상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 위기가 금융 분야로까지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