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도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가 오르고 나빠지면 금리가 내리는게 보통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돈에도 수요와 공금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소비, 생산, 투자가 확대되면서 자금 수요가 커지므로 금리가 오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 생산, 투자가 위축되어 자금 수요가 줄기 때문에 금리가 내립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쁜데도 금리가 오를 때가 있습니다.

경기가 나쁜데 금리가 오른다?

시중 자금 수요와 공급이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일 때가 그렇습니다. 보통 때 금리는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경기가 직접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를 직접 올리고 내리는 원인은 어디까지나 자금 수급(수요와 공급)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든 나쁠 때든 금리를 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오르고, 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떨어집니다. 경기가 나쁠 때라도 자금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 생기면 호황 때 못지 않게 오를 수가 있습니다.

경기가 나쁜데 자금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금리가 오르는 일은 언제 생길까요?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많을 때 그런 일이 생깁니다. 경기가 나쁘면 생산, 소비, 투자자 모두 침체하므로 기업의 자금 수요가 작아집니다. 가계도 소비를 자제하고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므로 금융기관에는 전보다 돈이 남게 됩니다. 돈은 많은데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려는 이가 적으면 금리가 오를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기업입니다.

호황 때 은행에서 돈을 잔뜩 빌려 생산 설비를 늘려놓은 기업에는 다른 논리가 적용됩니다. 투자와 생산 규모를 한껏 늘려 놓았는데 미처 투자를 회수하지 못하거나 생산 규모를 줄이지 못한 상태에서 볼황이 닥친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당장 은행에 갚을 돈, 사업 유지에 필요한 운전자금이 부족해서 자금난을 겪기 쉽습니다. 이렇게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많으면 불황때라도 금리가 뛰게 됩니다.

IMF 때의 금리 폭등

1997년 ~ 1998년 우리나라에 외환위기와 함께 불황이 닥쳤을 때도 금리가 드라마틱하게 격동했습니다. 당시 국내 기업은 대개 규모에 상관없이 빚을 많이 진 상태에서 갑작스런 불황을 맞았습니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부채를 갚느라, 운전자금 구하느라 애먹는 곳이 많았습니다. 빚을 갚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이 많았고, 기업 대출을 떼이는 금융기관도 많았습니다. 나중에는 금융기관마저 대출 여력이 없어져 금융이 마비될 만큼 자금시장이 극심한 난국에 빠졌습니다. 연 10% 대였던 시장금리가 몇 달 새 연 30% 대로 폭등을 했습니다.

경기에 따른 금리 변화

경기가 좋아지고 돈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가 오릅니다. 금리가 너무 오르면 기업이나 가계가 투자나 소비에 쓸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집니다. 그쯤 되면 투자와 소비가 줄고 생산과 고용이 함께 위축 되면서 경기가 나빠지기 쉽습니다. 이런 식으로 경기는 한동안 좋다가도 나빠집니다.

경기가 침체 했을 때는 자금 수요가 적습니다. 돈을 마련해 투자해봐야 이익 내기 어렵고, 벌이가 시원찮은데 빚까지 내가며 소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불경기와 자금 수요 부진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시중 자금 수요가 적으면 수급 원리에 따라 금리가 낮아집니다. 저금리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경기가 순환 사이클을 타고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게 마련입니다.

경기가 회복될 즈음이면 자금을 싸게 마련할 수 있는 저금리 상황을 활용해 투자, 생산, 소비에 나서는 기업과 가계가 늘어납니다. 그럼 다시 생산, 판매, 고용,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경기가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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