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세는 어떻게 결정이 되나

요즘은 금이 화폐로 쓰이지 않지만, 자산시장에서는 늘 왕성한 투자가 몰리는 자산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금은 희귀해서 값어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보관이나 운반도 쉬운 안전자산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자산 으뜸인 금

금이 왜 안전자산인지는 오늘날 각국이 발행한 통화 중 가장 신용도가 높은 미국 달러와 비교를 해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미국 달러는 제 2차 세계대전 후 기축통화(key currency, world currency)가 됐습니다. 달러가 글로벌 화폐로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달러 가치를 보장한다는 전제가 잇습니다. 만약 미국이 국제 질서를 이끄는 맹주 지위를 잃고 달러의 신용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면, 세계각국에서 정부, 기업, 개인이 모은 달러 재산이 휴지 조각이 돌 수가 있습니다. 달러 아니라 어떤 화폐로 재산을 모아 갖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같은 비상사태가 닥치면 원자재 생산이 중단되거나 수요가 늘어 물가가 뛰고 화폐가치는 급락해 재산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끈질기게 금을 사 모읍니다. 미국이 개입한 전쟁이 터지거나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 또는 어떤 이유로든 달러 시세가 폭락할 때마다 금값이 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위기 때마다 골드러시

1970년 이래 지금까지 대형 골드러시(gold rush)는 세 차례 발생했습니다. 글로벌 석유위기가 발생한 1970년대 초반과 후반,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한 2008년 가을부터 2012년 말까지, 코로나(COVID-19)대유행이 일어난 2020년입니다. 세 번 모두 세계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국게 금값이 폭등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나 화폐가치 하락을 대비한 금 투자자들

그렇다고 세계경제가 흔들릴 때만 금이 재산 보존 수단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닙니다. 비상 상황이 아니더라도 달러 시세 하락이나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일 때면 금일 사들여 인플레이션을 피하고 시세 차익을 도모하는 투자자가 많습니다. 2020년 골드러시 때도 미국 등 주요국이 경체 충격에 맞서고자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통화 공급을 늘리자 투자자들이 대거 금 매입에 나섰습니다. 경제가 나빠질까 우려해서라기보다 통화량이 늘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대신 금값은 오르리라고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달러 시세와 연동해 금값이 요동칠 때마다 투자자들은 그때그때 유리한 자산을 매매해 달러와 금 양쪽으로 재산을 불렸습니다. 재산 증식 수단으로 쓴다는 점에서 금은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실질 화폐나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금 시세는 주로 장식품이나 공업용 원료를 찾는 수요, 그리고 남아프리카, 호주, 독립국가연합 같은 주요 금 생산국이 공급하는 수량에 따라 움직입니다. 달러를 대신해 재산 가치 보전 수단으로 쓰이는 만큼 달러 시세에 좌우되는 경향도 강합니다.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금값이 달러 시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것도 금이 달러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 시세는 주가와도 대체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뉴욕증권시장에서 주가가 내리면 증시를 빠져나온 자금이 금 매수로 몰려 금값이 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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